좋은 글

유한(有限)한 인생 뉴욕 일보 8월23일자에 기재된 윤봉춘님 수필

하부에노 2023. 8. 24. 06:22
    
    유한(有限)한 인생
    사람이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형태를 지어 일시 머무는 것이요, 그 형태가 다시 흩어져 헛것으로 돌아감이니 죽음을 너무 서러워하거나 애통해하지 말 일인 것이다. 초로인생(草路人生) 인생이요 인생무상(人生無常)이다. 어느 작가의 푸념이다. 얼마 전 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하였더니, 튼실하던 후배들도 어느듯 머리에는 서리가 내려 반백들이 되었고, 어떤 후배는 손에 쥔 음료수 잔이 벌벌 떨리는 모습을 보기이기도 하였다. 탯줄을 달고 이 세상에 태어난 인생도 언젠가는 본향으로 돌아갈 날이 있다. 나는 지금 죽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으로, 또는 그날이 언제일지 모를 그날의 불안감으로, 삶에 대한 애착에 그리도 연연한지 모른다. 블랙홀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은 죽음에 대한 공포는 천국 소망이나 극락왕생의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저승사자에 대한 막연한 무섬증으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풀잎 위에 밎힌 한 방울의 이슬과 같은 연약한 인생이다. 부처님 가르침 중에 모든 인연따라 형성된 것은 인연이 다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가르침이요, 무상하기에 고(苦)이고, 무아(無我)인 것이다. 내가 지금 지니고 있는 것은 어떤 것도, 내 몸까지도 변해서 사라지는 것이기에 결코 거기에 애착을 갖지 말라는 붓다의 가르침이시란다. 불교의 해탈(解脫)이란 욕망과 번뇌의 속박을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세속에 무쳐살며 욕망과 번뇌의 속박을 벗어난 해탈(解脫)의 경지에 들어간다는 것은 수양이 부족한 속인(俗人)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불자(佛子)들의 인사말로 성불(成佛)한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지난달 어느 날 로스안제리스 여행길에 우연히 집어 든 한국어 일간지에 실린 광고 핀에 초등학교 때 친한 동창의 부고가 실렸다. 석 달 전 만나 점심을 같이할 때도 멀쩡하였던 친구가 그동안 유명을 달리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부고장을 받지 않았으나, 그의 부음을 접하고 친구 된 도리상 장례식에 조문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였다. 필자와 로비이스트 (한국명 박상섭) 한 치 앞도 못 보는 것이 인생살이다. 그 친구는 60년대 초 미국에 유학 와서 당시 대부분의 유학생이 걸어온 길고생으로 학업을 마쳤다. 그 후 여러 가지 사업을 시작하여 경제적으로 성공하였고, 사교에 능한 그는 미국 정계에 끈이 닿아 클린턴 대통령 집권 시 한국 정부 대미 접촉에 비선 라인의 로비이스트 이기도 하였다. 정당의 모금행사 떄에는 다 수의 후원자들을 모아 몇 개의 디너 테이블에서 고액의 후원금을 마련하는 실력자였다. 한참 전성기에 그의 집에는 별채의 게스트하우스 따로있어 한국의 유명인사가 방미하면 그의 자택에서 접대하여 보내는 사교의 고수였으며 초등학교 동창 중 모두가 부러워하는 군계일학(群鷄一鶴) 같은 친구였다. 생전 그의 업적에 비하여 조문객은 의외로 한산하였다. 식장에 조화도 10여개로 단출하였고 조문객도 좌석에 찬 정도였다. 정승집 말이 죽으면 문상객이 문전성시이나 막상 정승의 초상은 쓸쓸하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내가 알고 지내던 어느 부인은 자기보다 일찍 하늘나라로 간 남편의 근황을 전하는 자리에서 남편의 장례식장에 화환이 87개나 들어왔었다고 자랑할 일도 아닌 흰소리를 떠벌리고 다니는 철이 덜든 어느 미망인도 보았다. 카톡으로 자주 소식을 주고받던 한국의 초등학교 어느 동창이 한동안 연락이 없더니 얼마 후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어요.” 얼굴도 모르는 친구의 딸이 작고한 자기 아버지의 전화기로 부음(訃音)을 알려 주었다. 이후부터는 그 전화번호로 카톡이나 안부 전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첩이다. 이제는 나의 휴대폰 잡금장치도 풀어 놓아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살아온 세월보다 남은여생이 짧은 세대는 서로 간의 소통이 끊어지면 이 세상을 떠난 것이 분명하다. 건강은 타고 난 것인가, 어느 분은 90이 넘어도 활기차게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80 미만의 어느 젊은 친구는 백내장 녹내장이 심하여 자기가 친 볼이 어디에 떨어졌는지도 몰라 옆 동반자가 매번 골트 공을 찾아 주어야 하는 딱한 친구도 있다. 청력이 약하여 보청기를 끼고 사는 어느 분은 마누라의 듣기 싫은 잔소리가 들리면 듣고도 안들리는척. 눈치채고도 모르는 척하면 뱃속 편케 넘어간다는 처세술을 알려주기도 한다. 인생 80대 초반 고개를 넘었어도 마음은 하늘을 날것 같은데 육신은 무릎관절, 손가락관절에 퇴행성 염증이 찾아왔다. 얼굴에는 반갑지도 않은 저승꽃이 피기 시작하고, 피부는 지방질이 줄어들어 탄력을 잃고 줄어들어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손가락 마디는 구부러지기 시작하고, 무릎관절의 연골은 마모되어 걸음마다 통증이 신호를 보낸다. 전문의를 찾아가면 이 의사는 주사치료를 권하고 저 의사는 인공관절을 하라고 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믿지 못할 인터넷 정보이지만 어느 일본인 유명 의사는 80대 이후에는 혈압, 혈당, 코로스테롤 등 표준 건강수치에 매달리지 말고 먹고 싶은 것 가리지 말고 먹고, 하고 싶은 것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시작하며, 속상할 일 당할 때는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려 스트레스 쌓지 말고 살라는 무료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과거 일제 말기 해방 전후에는 물자 부족으로 누구나 가난하게 살았다. 너 나 할 것 없이 생필품이 귀하던 빈곤의 시대였다. 벽에 걸린 삼베 세수수건 하나로 온 식구가 공동으로 사용하였고, 용변 후 뒷지로 신문지는 고급에 해당하였다. 필자 부부 인도 방문 인도 여행에서 타 보았던 기차 객실의 화장실은 쪼그려 앉는 화식(和式) 변기로 옆에는 휴지 대신 물을 담은 깡통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때 한국에서 화장실용 두루마리 휴지라는 것은 육이오 사변 이후 신흥 졸부들이 자가용차 좌석 뒤에 과시용으로 치장하였던 귀한 수입품이었다. 당시의 승용차는 미군 부대에서 불하받은 willys 찝차를 철공소에서 뚱땅뚱땅 개조한 것이었고, 그 후발은 한국산 <시발> 승용차로 뒷자석 위에는 으례 두루마리 변소 화장지로 승용차 안을 장식하던 시절이었다. 작고하신 엄친께서는 신외무물(身外無物), 몸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아프지 말고 병들지 말라고 훈계를 하셨다. 안방 벽시계 밑에 걸린 삼베 수건을 온 식구들이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식구 중 한 사람이 밖에서 안질이 걸려 들어오면 온 식구가 안질을 앓았다. 세수 후 얼굴을 닦을 때마다 들려주시던 겨울철 감기 조심하라는 생활 교훈이었다. 의약품도 귀하였고,병 의원도 드물어 의사 만나기도 힘들었던 의료보험이라는 용어도 없던 시절이었다. 건강이 최고이고 나이가 들면 건강한 사람이 가장 부자요 건강한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모든 사람이 말한다. 평균 수명을 넘게 살았다고 좋아하지 말고 크고 잔병치레 불평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수필가 윤 봉춘 이응주 목사 유한(有限)한 생명(生命) 수필가 윤 봉춘님 자료 화면 출처 Fuente Guggul argentino 필자와 고박상섭님 박상섭님 장례장 미국 장례 뉴욕 일보 8월23일자에 기재된 윤봉춘님 수필 남상규 - 인생무상(동영상) https://youtu.be/KBEV_WhmlYs?t=52